
상경후 집을 구하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다.
여자 혼자 살아야한다면 안전문제로 집 구하는 것은 특히 신경을 써야할 문제이다.
서울에 올라와선 처음 첫 일년은 친척분의 크나큰 은혜로 방 한칸을 그냥 얻어살았다.
하지만 일년후 그 분의 사정으로 집을 알아보게 된 것이다.
부산에 계신 부모님께서 나 결혼할때 주려고 모아둔 돈이라 주시면서 전세를 알아보라고 하셨다.
역시 부모님이 최고다!
내 손에 들어온 돈은 그 당시 2천5백만원. 사실 큰 돈이었다. 돌아보니 이것은 결국 종자돈이 되어주었다.
자~~ 한 번 전세를 알아볼까? 사실 어느 동네로 가야할 지 아무 생각이 없었고 직장이 강남역 부근이라 그 근처는 당연히 엄두도 낼 수 없었다. 올림픽 공원이 너무 좋아서 그 곳과 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.
서울 시내에서 이 돈으로는 전세를 구할 때는 반 지하 단칸방 밖에 없다는 사실에 큰 실망을 느꼈다.
부동산에 들어갈 때마다 전세 얼마를 생각하는 지부터 물어본다.
어떤 집을 원하는 지 , 원하는 조건이 무엇인지는 물어보지도 않는다. 단 하나 물어보는 것이 전세보증금이었다.
부동산에서는 반지하집를 소개해 주었고,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반쯤은 속아 계약을 하게 되었다.
업자말로는 길가에 위치해야 더 안전하다는 얘길 들었고 난 그 말이 맞는 줄 알았다.
지금 뉴스를 보면 여성이 혼자 사는 집이 길가에 있으면 쉽게 훔쳐볼 수 있고 침입하기도 쉽다는 보도를 본다.
난 지방출신의 순진한 부산뇨자였던 것이다.
부동산업자들은 어쨋든 계약이 성사되어야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절대로 그들의 말을 다 믿어선 안된다.
세입자가 여성이라면 특히 안전을 우선으로 해야하는 것이 서울에서의 삶이다.
반지하에서의 삶이 처음이었고 약간을 서글프기도 하였다.
내가 살던 부산에서는 반지하를 볼 수가 없었다. 그래서 어떻게 반지하에서 살지? 노숙자, 빈민가와 동의어처럼 언뜻 생각한 적은 있었다.
이사후 얼마지나지 않아, 엄마가 올라오셔서 집을 방문하셨다. 한숨과 함께 집이 우습게 생겼다 하시면서 씁쓸한 한 마디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.
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집이 반지하이다.
삼포세대, N포세대 등 많은 단어들이 희망없음을 이야기하지만, 시간은 성실한 지라 씨앗이 땅 속을 뚫고 나올 때가 분명히 있다. 반지하라는 곳은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, 땅 속에 심겨진 희망의 씨앗인지도 모른다.
그 날의 교훈 ! 부동산의 말을 절대 믿지 말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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